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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호두까기인형》


작곡 : 표트르 차이코프스키 (Pyotr Tchaikovsky)

안무 : 마리우스 프티파(Marius Petipa), 레프 이바노프(Lev Ivanov)

원작 : 호프만의 `호두까기 인형과 생쥐왕의 이야기`에 기초

세계초연 : 1892/12. 러시아황실발레단. 셍 피체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작품 해설

「호두까기인형」은 독일의 낭만파 작가 호프만의 동화 `호두까기인형과 생쥐왕`을 바탕으로 한 2막 발레이다. 핵심 줄거리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 호두까기인형을 성탄 선물로 받은 소녀 클라라가 꿈속에서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인형과 함께 과자의 나라를 여행한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의 초연 안무자는 마리우스 프티파와 그의 조수였던 레프 이바노프이다. 오늘날「호두까기인형」은 프티파와 이바노프의 원전을 바탕으로 그리가로비치판(볼쇼이발레), 바이노넨판(키로프발레), 발란신판(뉴욕시티발레), 누레예프판(파리오페라발레), 바리시니코프판(아메리칸발레시어터), 라이트판(영국로열발레) 등 유명한 개정판만 12개 이상이 된다. 

안무가에 따라 대본의 내용이나 등장 인물들의 설정이 다른데 초연안무와 가장 큰 차이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34년 키로프 발레(구 러시아황실발레단)에서 소개된 바이노넨 판이다. 

프티파-이바노프판과 바이노넨판의 큰 차이점은 2막에 `요정`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이는 즉 환상적(요정이 있다)이냐 사실적(요정이 없다)이냐를 뜻한다. 프티파-이바노프 판에는 요정이 등장하여 어린 클라라가 이 요정을 춤을 감상하는 식으로 구성함으로써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면을 강조한다. 반면에 바이노넨판에는 요정을 없애고 대신 클라라가 꿈속에서 성인이 되어 1막 `눈의 요정`이나 2막 사탕요정의 춤을 직접 추는 것으로 바꾸어서 `사실감`을 높였다. 

이는「호두까기인형」의 나레이터 역할을 하고 있는 `드로셀메이어`라는 인물에서도 드러난다. 프티파-이바노프판에서는 마치 마법사 처럼 괴이한 캐릭터 였던 `드로셀메이어` 가 바이노넨판에서는 인형을 취급하는 클라라의 대부로 설정하여 매우 사실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프티파-이바노프판에서는 마지막이 꿈속에서 끝나는데 비해 바이노넨은 꿈에서 깨어 현실로 되돌아오는 장면이 에필로그로 삽입되어 역시 사실감을 높이고 있다.

프티파-이바노프판과 바이노넨판이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시대 배경 때문이다. 프티파-이바노프판은 황제가 다스리던 재정 러시아 시대에 만들어졌다. 때문에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경향이 강하다. 바이노넨은 러시아가 사회주의 혁명을 겪은 후 구 소련시대의 안무가이다. 이 시대는 `사회주의적 사실주의`가 국가 이념이었기 때문에 이 경향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프티파-이바노프판과 바이노넨판의「호두까기인형」은 내용상으로는 이처럼 큰 차이가 있으나 사실 춤으로 보여지는 부분은 크게 다르지는 않다. 춤으로 보자면, 쉽게 말해 `눈의 여왕`이나 `사탕요정의 춤`을 요정이 나와 추느냐, 아니면 어른이 된 클라라가 추느냐의 문제로서 결국 어린이의 눈으로 신비한 세계를 볼 것인가(프티파-이바노프판), 아니면 어른이 꿈속에서 환상을 체험할 것인가(바이노넨판)의 차이이기 때문이다. 

한편, 1966년 볼쇼이극장에서 소개된 그리가로비치의「호두까기인형」은 앞서 말한 프티파-이바노프판이나 바이노넨판과 또 다른 새로운 해석을 하고 있다. 우선, 프티파의 대본 자체를 뜯어고쳤다. 클라라는 마리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등장인물의 직업까지도 세세하다. 드로셀메이어는 법률가이고 마리의 아빠는 의사다. 2막에 나오는 각국의 인형들이 1막 쥐들과 호두까기인형의 전투신부터 포진해있다. 1막과 2막의 연관성을 갖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리가로비치의「호두까기인형」의 특징은 안무 부분이다. 마임이 없이 모두 춤동작으로 처리했다.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된 손님들의 등장부터가 춤이다. 다른 버전에서는 나무 인형으로 처리한 `호두까기인형` 캐릭터를 그리가로비치 버전에서는 몸짓 작은 무용수에게 맡겨 기술적으로 어려운 춤을 추게 했다. 

다른 버전에서 2막은 과자의 나라에서 두 주인공의 환영 파티가 벌어지는 내용인데 그리가로비치 안무에서는 과자의 나라 대신에 크리스마스 트리 속으로 들어가 `크리스마스 랜드`를 방문한다는 설정이다. 또한 2막 전체가 왕자와 마리의 결혼식에 각나라 인형들이 축하의 춤을 춘다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2막에 나오는 각국 인형들의 춤은 다른 버전에 비해 훨씬 민속성을 강조시켰기 때문에 이국적인 냄새가 강하고, 선이 굵고 역동적인 춤을 선호하는 그리가로비치답게 회전과 도약 등의 시원한 동작들이 끊임없이 나온다. 

「호두까기인형」의 작곡자 차이코프스키는 이미「백조의 호수」「잠자는 숲속의 미녀」등의 걸작 발레음악을 만들었으나 초연 공연의 실패로 한동안 발레 음악에는 손대지 않다가 죽기 1년전 이「호두까기인형」을 작곡한다. 그러나「호두까기인형」의 초연공연도 역시 실패한다.

주요 실패 원인은 1막이 어린이 위주로 되어있어 군무나 `그랑 파드되(2인무)`와 같은 성인무용수의 춤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는 점. 또한 사탕요정을 맡았던 발레리나 델르에라의 자태가 이 역에 어울리지 않아(그녀는 상당히 못생겼다고 한다) 관객의 불평이 자자했다는 점. 독일풍의 배경을 프랑스풍으로 바꿔놓아 호프만의 환상과 동화의 세계를 충분히 그려내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그후 호두까기인형은 세계 여러 발레단에 의해 새롭게 안무되면서 지금은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레퍼토리로 군림하고 있다. 발레「호두까기인형」이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된데는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차이코프스키는 호두까기인형의 작곡을 의뢰받고 오케스트라 편성에 쓸 새로운 악기(사탕요정의 춤에 나오는 `첼레스타`)를 찾으러 프랑스까지 달려갈 정도로 다양한 구상에 매달렸다. 

호두까기인형의 음악은 시종 밝고 명랑한 분위기가 넘쳐흐른다. 2막 눈송이 왈츠에 합창을 삽입하여 눈 내리는 분위기를 높이고, 사탕요정의 춤에 `첼레스타`라는 악기를 사용하여 마치 아침이슬이 내려앉는 듯한 영롱한 효과를 냈다. 또한 환상적 분위기를 위한 하프의 사용이나 극중 에피소드에 어울리는 관현악법의 진기함은 놀랍다. 

우리나라에서는 1974년 국립발레단이 프티파-이바노프의 원전을 바탕으로 이 발레를 처음 소개했다. 1996년부터는 바이노넨 판(1934년 키로프 발레단)으로 대폭 수정을 했는데 그 이유는 어린이 위주로 구성된 프티파-이바노프 판에 비해 어른들의 춤이 많아 보다 많은 볼거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에는 예술의전당으로 이전하면서 보다 새로운「호두까기인형」을 준비했는데 그것이 바로 `그리가로비치` 버전이다. 

한편 2001년에 마린스키 극장에서 올려진 호두까기인형은 다시 원전으로 복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채롭다. 주인공의 이름이 클라라가 아닌 마리(러시아식으로는 마샤)이고 1막에서의 설정이 매우 음울하게 표현된 점, 현실로 돌아오지 않고 환상 속에서 작품이 끝나는 점은 호프만의 원작과 동일하며 바이노넨판이 나오기 훨씬 이전인 1892년 마리우스 프티파 안무의 초연작에서처럼 요정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구 소련 정부로부터 추방당해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미하일 셰미야킨은 마린스키극장의 초청으로 고국에 돌아와 이 작품을 유쾌한 크리스마스 발레라고 보기 어려울만큼 비극적으로 재해석했다. 그는 `이야기가 지닌 환상적인 면을 더 이끌어내고 싶어 원작자 에른스트 호프만이 쓴 19세기 동화 속의 어두운 면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셰미야킨의 최신판은 클라라를 사랑받지 못한 채 가족들 사이에서도 `왕따`당한 외롭고 병약한 소녀 마샤로 설정했다. 마샤가 고통스러운 현실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환상의 세계로 도망치는 것. 피날레에서 소녀는 어른의 세계를 거부하고 현실로 되돌아오지 않는다.

무대와 춤도 퍽 다르다. 우울한 마샤의 눈에 보이는 거실은 회색 빛이다. 왜소한 소녀와는 대조적으로 거실은 넓고, 드레스룸의 모자며 옷까지 큼직큼직하다. 등장 인물의 결점을 드러내는가 하면, 춤에 모던댄스의 요소도 섞인다. 하이라이트는 마샤가 커다란 케이크 위에서 마침내 사탕요정으로 변하는 장면.

셰미야킨을 초청한 마린스키극장의 음악감독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차이코프스키의 음악까지 부분적으로 다른 음악처럼 들릴만큼 재해석, 새 버전을 거들었다. 막간휴식 때 로비로 몰려나온 관객들은 충격의 기색이 역력했으며 특히 어린이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고 모스크바 타임스는 전했다.

 줄거리

1막. 

1장. 크리스마스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가정 / 클라라의 집에서 크리스마스 파티가 벌어지고 있다. 이 집안의 자녀인 클라라(또는 마리)는 대부인 드로셀메이어에게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받는데 그것을 탐낸 오빠 프리츠와 다투다가 호두까기 인형이 망가진다. 슬퍼하는 클라라(또는 마리)에게 드로셀메이어는 호두까기인형을 고쳐주겠다고 달래주고 어른들은 아이들은 재우러 보낸다. 

2장. 어두운 거실 / 한밤중에 클라라(또는 마리)는 자신의 호두까기인형이 걱정되어 아래층으로 내려온다. 그런데 생쥐들이 인형들을 갉아먹으러 나타나고 호두까기인형은 장난감들을 지휘해서 생쥐들과 전쟁을 벌인다. 호두까기인형과 쥐왕의 결투 때 클라라(또는 마리)가 슬리퍼를 던져 쥐왕을 죽임으로 인형들이 승리를 거두고 호두까기인형은 왕자로 변해 클라라(또는 마리)를 과자의 궁전으로 데려가겠다고 제의한다. 과자의 궁전으로 가는 길에 눈의 여왕을 만나고 눈송이들과 춤을 추면서 여행을 시작한다.

2막 과자의 궁전 / 요정들이 왕자와 클라라(또는 마리)를 환영한다. 2막은 일종의 디베르티스망으로 초코렛이 추는 스페인춤, 커피가 추는 인도춤, 차가 추는 중국춤, 풀피리가 추는 프랑스춤 등 각국의 민속춤을 보여준다. 유명한 장미꽃의 왈츠가 나온 후 마지막으로 사탕요정과 왕자의 2인무가 피날레로 나온다.(이 춤은 발레단에 따라서 사탕과자 요정과 그녀의 기사, 혹은 왕자와 클라라의 춤이 될 때도 있다) 

에필로그 / 유모에 의해 잠이 깬 클라라(또는 마리)는 지난밤 즐거운 꿈을 생각하며 크리스마스 아침을 맞는다.

(출처 : 클래식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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